요셉의원 진료를 이제 거의 1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 보다, 공중보건의사로 지역 주민을 진료할 때보다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면..
1. 환자들의 증상 호소가 뭐 어디 딱 하나에 들어 맞지를 않는다.
2. 문진을 하면 할 수록 진귀한 과거 병력들이 나온다...
3. 그 진귀한 과거 병력과의 연관성에 대해 환자들이 집착한다... 누가 보상해주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부분에 대한 집착일까...
4. 내가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면 검사를 위해서 외부로 보내야하고 (요셉의원이 부담) 그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없지 않고... 많다!
5. 그런데 환자는 외부로 보내달라고 한다...
6. 두꺼운 차트를 찬찬히 다시 뒤져보면 이미 외부에서 같은 검사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순환의 고리를 돌고 있는 상황.
가급적이면 문진으로 간단히 약물 투여만 하고 증상 호전 없으면 약물을 바꾸는 선으로 비뇨기과 환자 진료를 보고 있었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환자들 (뭔 약을 써도 하나도 안좋아진다!!는 환자들이 많아) 때문에 전립선 초음파를 시작했다.
프린트는 아까워서 많이 못하고 이상 소견과 전립선 크기만 출력하고 있는데, 놀란 것은 (전립선 크기와 배뇨 증상이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립선 크기 정말 안 큰 배뇨곤란 환자들 많다.
웃지 못할 것은, 약은 안바뀌었는데 전립선 초음파 하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는 환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마음의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아마 '내가 큰 병인데 무료진료소에서 약만 먹고 있다'는 불안이 나름 검사 장비로 검사하고 나서 안심으로 바뀐 듯 하다.
그런데 마음의 위로를 위해 전립선 초음파를 계속 해야할지 고민되는 일이 생겼다.
외래 오는 환자들이 비뇨기과에서 초음파를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저녁 진료에 비뇨기과 환자는 2-3명 수준이었건만 (심지어는 막히는 여의도를 뚫고 영등포에 차 몰고 회사에서 갔다가 환자 없다는 사실에 허탈했던 적도...) 요즘에는 내과 진료만큼이나 많아졌다. (아... 개업할까...?)
게다가 처음부터 초음파 하고 싶다는 말은 못하고 약 받고도 무조건 안좋아졌어요를 이야기하는 환자가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 진단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선배들이 초음파 장비를 고이 모셔만 놓고 애지간해서는 안쓰고 있었던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초음파가 마음의 위안이 되면 해야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위안이 될만한 검사가 아닌데란 생각도 든다...
이를 어쩌나..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대형 병원에서 VIP 검진이 떠올랐다. (사실 이 검진센터에서 전립선 초음파만 좀 파트타임으로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었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돈을 써가면서 검진으로 위안을 얻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의학적으로는 딱히 안심을 줄 수 없지만, 환자가 이것으로 위안을 얻는다면... 그리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 않을까?
이런 변명으로 이번 주도 전립선 초음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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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네요. 환자 많이 늘겠습니다.
2010/08/30 13:05요새 PSA가지고도 말들이 많은데, PSA도 함 하시지요.
응원하겠습니다.
노숙자들도 어디선가 PSA를 하더라고요. 거까지 하는 건 무리고, 제가 할 수 있는건 어디선가 받은 초음파 기계에... 제 돈으로 콘돔 사서 끼워서 가끔 전립선 맛사지(?) 해드리는 정도... 그래도 모르면 어비뇨기과로 트랜스퍼. 요셉의원 환자 많이 받아주시더라고요~ ㅎㅎ 어원장님께서~
2010/08/30 15:07아마 그냥 봉사차원에서 해주시는 것 같은데... 진짜 왠만하면 안보내고 여기서 약주고 해결하려고 하는데~ 꼭 보내달라는 환자분들이 계셔서~ (군대같죠??)
요셉의원 환자 오면 잘 해주세요~
넵....알겠습니다.
2010/08/31 14:17어제는 너무 많이 먹어 속이 좀 쓰리네요...쩝.
힘들어도 힘내세요. 노력하신만큼 좋은 일들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담에 서울가면 연락드릴게요..
2010/08/30 13:49사실 봉사도 아니죠.. 자기 만족에 하는 겁니다.
2010/08/30 15:07저는 의료인이 아니라 모르지만 제가 계신 한센노인생활시설 성심원에서도 님과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2010/08/30 13:56어르신들은 약을 많이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나름의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보의 선생님이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아시죠 갑자기 어디 몸이 불편하다 하시고 ㅎㅎㅎ.
약으로 위로 받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보건소에서도 그랬습니다. ^^ 선을 잘 지키도록 하고 약물 남용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애쓰곤 했는데.. 그에 비하면 초음파 프로브가 주는 해(?)는 크지 않겠죠?
2010/08/30 15:09괜히 안해도 되는 환자분들이 늘까 가급적 안하려고요. 다행이라면 주민등록증 살아 있는 분들은 요셉의원 진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병원에 피해는 없을 것 같아요.
반대로
2010/08/30 16:12평생 복용해야하는 약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습니다.
다만 수급자분들은 약을 많이 써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물로 약을 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수금자분들은 제게 잘 안찾아와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생활습관 교정이 어렵다고 생각하셔서 약을 더 선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총무님 말대로... 그런 분들도 많죠~ 특히 혈압약... 당뇨약~
2010/08/30 17:19아무것도 아닌 행위 하나로도 큰 위안을 얻는 것이 (힘든)환자분들이시니...
2010/08/30 15:00선생님이 힘드셔도 환자분들을 위해서라면, US를 계속하시는 것도 좋을듯...
음냐... 저 말고 다른 비뇨기과 선생님도 계신지라. 혼자서 US 계속 하는 건 눈치 보일 것 같아요. 적당히... ^^;;
2010/08/30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