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 접종 시즌이 되었다. 첫 날 방문자 600여명.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접종자의 병력과 약물 복용, 알러지 등을 혼자 물어가며 접종하기에는 방문자 수가 너무나 많다. 대부분의 보건소의 접종 시작하는 날의 풍경이 이렇다. 질서를 지키라고 소리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도 이제는 낮설지가 않다.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가 무엇일까?

접종 3일째. 이제는 체력도 목소리도 남아나지 않는다. 그나마 환자들이 뜨문 뜨문 오기에 환자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에 쫓기며 문진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무엇이 의료, 특히 공공의료를 훼손하고 있을까?

자기 반성부터 먼저 하자면, 의사의 나태함이나 불성실이 있을 것이다. 환경이 어떻든 간에 최선의 진료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기 쉽다. 이런 접종 시즌이 아닌 일반 진료에 있어서는 제약회사의 과도한 홍보, 접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약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학적 근거에 입각한 치료에 방해를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환자 역시 의료를 훼손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의약물의 남용등 평소 진료실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 이외에도 접종 시즌이 되면 늘 나오는 방문 접종, 단체 접종의 요구 사항등도 있다.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서 공공의료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의 요구는 상당히 거절하기 어렵다. 지역 정치인의 압박도 거세다. 문제는 이런 단체 접종이나 방문 접종은 70-80년대 환자로서의 권리 인식이 낮고,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던 시대에나 가능한 이야기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의 주인인 지역 주민은 이런 위험에 대해 과소평가하기 쉽고 의료 이용을 대형 마트에서 공동구매하는 물건과 다름없이 저가에 취하기를 원하며, 그런 마트가 집앞에 생기기만을 원한다. 이런 요구는 시골부터 도시로 확산되어 구멍가게라 할 수 있는 동네 의원에 위협이 되는 양상이다.

무엇이 의료를 훼손할까?

보험 공단이나, 보건 복지부나 때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를 제한하고 규제한다. 정당하지 않은 요구야 당연히 차단해야하지만,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지급을 주저할 수 밖에 없고 때로는 그 누명을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나, 이용자인 환자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이는 의료 이용 양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단체 접종과 같은 문제에 있어 원칙적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로 이야기하면서도 지자체의 재량에 적당히 묻어 가려는 다소 비겁한 위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런 어정쩡한 주무부서의 입장과 지자체 정치인들의 요구에 지역의 공중보건은 박리 다매 마트와 다를바 없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안타깝게도 지역의 보건소의 소장이나 계장, 실무 담당자, 공중보건의 모두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주민의 요구나 정치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제대로된 인간적인 진료 환경보다는 실적으로 나타나는 수치에 연연하기 쉽다. 빠른 시일 이내에 목표량을 소진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인 시스템에서 제대로된 의료란 존재하기 힘들다. 제대로된 진료를 수호해야할 공중보건의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타성에 젖어 있기 쉽다.

이렇게 보니 우리 모두가 범인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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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서비스 하겠습니다

    Tracked from 인터넷을 헤엄치는 넷물고기  삭제

    얼마전 병원에 갔습니다. 건강이 걱정되어 종합검진을 받았고, 다행히 별 탈 없다는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때느낀건, 난 환자지만, 엄격히 이 병원의 고객인데 고객을 대하는 업무자에 불과한 의사들의 환자다루는 행동이 너무 서비스개념이 없는것 같았습니다. 이리가라 저리가라 거의 반말조로 툭툭 내던지는것부터 굉장히 불쾌하더군요. 의사에게 뭘 물어봐도 바쁜데 뭘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네~, 아니오." 아주단답형을 날립니다. 내가 무슨 물건사러 온것도 아니고,..

    2008/10/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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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8/10/16 12:04
    • BlogIcon 양깡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대와 달리 가벼이 지나갔습니다. 그냥 잡담 비슷한 글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네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2008/10/16 23:04
  2. BlogIcon 울랄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공중보건의 시절 하루 7000명의 접종 기록도 가지고 있답니다.

    "현실"이란 건 그렇게 잘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날씨 좋은 가을철, 고생이 많으실텐데

    힘내세요.

    2008/10/16 12:07
  3. BlogIcon 더오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모두가, 범인이로소이다..
    맞나봅니다.~~
    시즌은 시즌인뎁~

    2008/10/17 14:13
  4. BlogIcon 료우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렇지 않게 독감예방을 맞고온 저로서는.. (3~4일전에)
    이글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마니 하게 되네요..
    근데 생각해본다 한들.. 또 다음 시즌에도 그러려니 하며 주사맞으러갈듯..;;

    2008/10/17 14:28
    • BlogIcon 양깡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왕이면 한산한 타이밍을 잘 알아보시고 이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가끔 너무 많은 환자들을 접종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서요.. 여쭤봐야할 질문을 제때 묻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생깁니다.

      2008/10/19 00:39
  5. BlogIcon 넷물고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련글이 있어서 트랙백 걸어봅니다. 좀 안좋아하심 어떡하나 싶지만, 저도 병원에서 느낀 이야기라서요 ^^;

    2008/10/18 22:14
    • BlogIcon 양깡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아해요 ^^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고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것이 좋은 거죠.

      의료 소비자는 의료 제공자의 고민을 더 많이 알게되고, 의료 제공자는 의료 소비자의 고민을 더 많이 알게 될 수록 우리의 의료가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2008/10/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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